활동내용

[국제회의] 유럽행사

유럽 행사

인천공항에서 10월 31일 1시 반경 비행기를 탔다. 런던행 비행기를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이태리 밀라노를 경유하여 런던에 도착했다. 총 여행 시간은 18시간 걸렸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우리 대표단을 처음 환영해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런던에 사는 영국인들이 아니라 탈북자들이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2009년 11월 현재 영국에는 800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난민 인정을 받았고 나머지 탈북자들은 난민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탈북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임인 재영조선인협회도 구성되었다고 한다.

최근 미국이 수용한 탈북자의 숫자가 100명이 채 안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영국에 거주하는 800명의 탈북자는 아주 많은 수이다. 그 만큼 영국이 북한에 관심이 크고 북한 난민 수용에 적극적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를 맞았던 탈북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영국에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우리 대표단의 일행이었던 정광일씨의 지인들이다. 정광일씨 런던 입성을 환영해 주기 위해 공항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 CSW와의 첫 미팅

식사를 끝내고 CSW(Chritian Solidarity Worldwide)와 첫 미팅을 가졌다. CSW는 한국말로 하면 세계기독연대라는 뜻이다. 선교 단체는 아니고 세계 인권 문제에 대한 옹호 캠페인을 주로 하는 단체다. 우리를 맞아주었던 CSW의 Ben Rogers는 동아시아 팀장으로 버마와 북한이 최근 자신의 관심사라고 한다. CSW에서는 총 4명이 나왔다. 언론 담당인 Therese, 정부와 국회 담당인 Matthew, 그리고 인턴인 Kate가 함께 했다.


CSW가 짠 일정을 보니 거의 쉴 틈도 없이 미팅이 잡혀 있다. 오후에는 바티칸 라디오, 잡지 태블릿, 후지 TV 인터뷰가 연이어 잡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으로 영국 외교부 아태국장과 인터뷰가 잡혀 있다.

바티칸 라디오와 잡지 태블릿은 카톨릭 계통의 언론이었다. 그래서 주로 북한의 종교 탄압 상황에 관심이 많았다. 답변은 중국에서 기독교를 믿다가 큰 박해를 받은 이성애씨 주로 하셨다. 이성애씨는 중국에서 기독교를 믿은 뒤 북한에 돌아가서 주위 친구들한테 성경과 기독교를 전파하다 보위부에 잡힌 분이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기독교 관련 이야기를 자백 하지 않아 간신히 목숨만 부지해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 영국 외교부 아태국장과 미팅

5시쯤 영국 외교부로 갔다. 한반도 문제를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외교부 아태국과의 미팅을 위해서였다. 미팅에는 아태국장인 Scott Wightman과 아태국에서 “일본,한국,몽고” 지역을 담당하는 Alisdair Walker가 참가했다.

대개 정부 관료와 정치인을 만날 때는 긴 시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다. 우리 소개를 잠깐 하고 아태국 소개도 들은 다음에 바로 아태국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은 최근 북한 내의 상황이었다. 아울러 북한 내 외부 정보 유입 상황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우리는 영국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화제를 옮겼다. 우리는 영국 정부가 크게 두 가지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나는 북한 인권 NGO에 대한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 등 국제 기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할 때 북한 인권 조사 전문가 그룹 구성을 포함시키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주문까지 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강력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영국 정부의 조심스런 접근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그것은 바로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과의 채널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북한은 외부 나라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면 그 채널을 끊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자들을 만날 때는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가급적 북한 당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은 북한 학생들에 대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의 경우 과거에는 직접 지원 했지만 최근에는 분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WFP를 통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 수용소 구금자 명단

더불어 아태국장은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 당국에게 구체적 인권 개선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정광일 사무총장이 두 가지 문제를 이야기했다. 하나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에서 몇 년 동안 모은 북한 수용소 구금자들 187명 명단이다. 우리는 이 명단을 아태국에 소개하며 이 명단 자체가 북한 인권 유린의 아주 구체적인 증거가 된다고 언급했다. 또 정광일씨는 북한의 체포영장을 직접 찍은 사진도 아태국장에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체포 영장에 대한 놀랄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날짜가 없는 체포 영장

북한의 체포 영장에는 날짜가 없다. 그 이유는 체포 영장을 사람을 체포하기 전에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하고 난 다음에 만들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공안 기관에서 사람들을 체포할 때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다. 일단 체포부터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형식적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체포 영장 서류만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체포 영장에 날짜를 기입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이다.

– Amnesty International 과 미팅

아태국과의 미팅이 끝난 뒤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 저녁 식사에는 Amnesty 한국 담당자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인도계의 라지브 나라얀은 몸이 않좋아서 오지 못하고 함께 일하는 Katherine이 왔다. 캐더린은 동아시아 팀에서 캠페인을 맡고 있었다.

엠니스티는 작년 한국의 광우병 시위에 개입해서 익히 알려진 단체이다. 특히 그 동안 엠니스티는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비판도 많이 받은 단체이다. 그래서 우리는 캐더린과의 대화 과정에서 엠니스티에 대한 불만을 잔뜩 쏟아내었다. 캐더린도 한국 내의 엠니스티에 대한 높은 불만을 익히 아는 듯한 표정이었다.

비공식적인 식사 시간이라 엠니스티의 캐더린과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캐더린은 엠니스티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한 예로 지금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기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엠니스티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우리는 8시 30분 경 서둘러 저녁 식사를 정리하고 호텔로 향했다.
내일은오늘보다 더 바쁜 일정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2. 런던 방문 이틑날에는 영국 의원 세 사람을 만났다.

영국 보수당의 하원 의원 두 사람과 상원 의원 한 사람이다. 데이빗 린딩턴(David Lindington)은 보수당 하원 의원이다. 그는 보수당이 만약 내년 5월경으로 예상되는 선거에서 집권하면 영국 외무부 인권 담당 차관으로 내정돼 있다.

그는 우리들의 증언을 들은 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이제는 북한 주민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보수당 하원 의원 토니 발드리(Tony Baldry)는 구체적으로 영국이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고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특히 그는 영국이 유엔 상임이사국임을 강조하며 상임이사국 영국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이에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총장 정광일씨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유엔에서 북한 수용소 사찰팀을 구성해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이 북한에 핵 사찰팀만 조직해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수용소 사찰팀을 만들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 하나는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대북 방송 등 외부 정보 유입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주민들 스스로의 의식이 마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인권 침해를 받아도 그것이 인권 침해인지 모르고 한국 전쟁을 북한이 일으켰음에도 미국이 일으켰다고 믿음으로서 허위적 반미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원의 캐롤라인 콕스는 한국인들에게도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같은 상원의 데이빗 앨튼 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실제 북한을 방문하여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런던 시간으로 화요일 오후 5시반에 진행되었던 북한 인권 청문회도 콕스 여사가 조직한 것이다. 그 만큼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이었다.

북인권 청문회 성공적…영국 언론 관심도 뜨거워

영국 의회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 청문회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청문회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북한과 별 이해관계가 없는 영국이란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청문회치고는 분위기가 뜨거웠다. 예약된 방이 꽉 차서 서서 청문회를 들어야 했을 정도이다. 런던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원정을 온 사람도 있었다.

청문회가 끝나고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국의 한국 교민들 중에는 북한 대사관과 교류를 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 사람들은 한결같이 런던 북한 대사관에 이 서기관이라고 있는데 아주 신사적(gentle)이고 사람이 좋다는 칭찬을 연발했다. 그리고 영어도 아주 잘한다는 칭찬을 곁들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 서기관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궁금해졌다.

런던 방문 이틀째 되는 날에도 영국 언론들의 관심은 아주 뜨거웠다. 인터뷰를 진행한 언론사만 해도 5개는 되었다. CNN, BBC도 1시간 가량씩 인터뷰를 하고 영국의 최대 일간지인 더 타임즈와 가디언 그리고 영국 주재 아사히 TV까지 동참했다.

이런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은 11월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12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기검토가 맞물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방문 첫날 두 개의 라디오와 하나의 TV 인터뷰까지 진행했던 정광일, 이성애 두 탈북자들은 둘째날에는 5개 인터뷰까지 강행군하는 바람에 거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일정이 빡빡해 분, 초까지 쪼개 써야 하는 바람에 점심은 거의 샌드위치로 떼웠다. 이성애씨는 처음 나온 해외 여행이라 음식이 맞지 않아 큰 고생을 했다. 정광일씨는 좋아하는 담배도 여유있게 필 시간이 없었다.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 방문

우리는 셋째날 아침에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 런던 대사관은 런던 시내에 있지 않고 런던 서쪽 외곽에 위치했다. 일반 가정집 건물을 대사관으로 쓰고 있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2004년부터 북한 수용소 수감자 명단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09년까지 5년동안 모은 것이 187명이었다. 우리는 이 187명의 명단을 북한 당국에 제시하고 이들의 생사 여부를 묻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살아 있다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죽었다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해명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11월 4일 10시경 북한 대사관에 도착했다. 사실 우리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북한 대사관에서 문을 열어줄리 만무하고 어떤 구두 대답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런던 대사관을 찾아간 사람은 하태경씨, 정광일 씨, 세계기독교연대의 티나(Tina) 이렇게 세 사람이다. 티나는 세계기독교연대의 인권 담당 국장으로 있다. 우리는 북한 대사관 정문 인터폰을 통해 어서 문을 열고 자료를 수령할 것을 요구했다. 정광일 씨와 하태경씨는 한국말로 자료를 수령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무응답이었다.

그런데 Tina가 영어로 “우리가 건네줄 것이 있으니 문을 열고 나와서 받아라”고 말하자 인터폰을 통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좋은 발음의 영어로 “우리는 만남을 원치 않는다. 그냥 자료를 문 밑에 두고 가면 받을 것이다”고 답변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랬다. 자료를 문 밑에 두고 가면 받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사실 대사관에서 자료 받기를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자료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인터폰을 통해 영어를 대답한 사람은 어제 청문회 때 들은 기관원 같았다. 영어 발음도 아주 좋고 대답하는 어투도 전혀 화가 나 있거나 짜증이 섞여 있지 않았다. 아주 정중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니 이 서기관이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그 자료에는 수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되어 있다. 탈북자들의 한결 같은 말은 북한에서는 김정일과 관련된 일이면 간부들이 김정일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때문에 그 자료는 김정일에게 보고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판단 된다.

그 뿐 아니라 그 현장에는 BBC, KBS, MBC 기자들이 와 있었다. 기자들은 우리가 187명 명단을 전달하며 북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김정일은 이 언론 보도도 보고 받을 것이다. 때문에 김정일이 187명 명단을 보고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 셈이다.

북한이 이 명단에 대해 향후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냥 무시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대표단을 이 명단을 좀 더 이슈화시켜 캠페인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북한 대사관에서 이 명단을 받은 것은 우리 유럽 대표단의 가장 큰 성과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 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CNN 스튜디오에 가서 어제 못다한 인터뷰를 마저 한 다음에 고속 열차인 유로스타를 탔다. 벨기에 브뤼셀의 EU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벨기에에 가려면 프랑스를 거쳐야 했다. 우리는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해저 터널을 지나 프랑스를 경유해 브뤼셀에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고작 2시간이었다. 그 만큼 유럽은 가까워 보였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리를 맞아준 것은 세계기독연대 벨기에 지부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저녁을 했다. 세계기독연대에서는 네사람이 나왔다. 런던에서 함께온 세계기독연대 인권 담당 국장인 티나, 그리고 벨기에 지부에서 일하는 안나(Anna), 소피아(Sofia), 그리고 로러(Laure)였다.

재밌는 것은 세계기독연대에서 일하는 이 네 사람 모두 국적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티나는 영국인, 안나는 미국인, 소피아는 핀란드인, 르어는 프랑스인이었다. 한 사무실에서 이렇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러나 브뤼셀은 EU 본부가 있는 것이기에 그 만큼 더 세계화된 것 같았다. 한국도 언젠가는 이렇게 국제화된 나라가 될까 생각하면서 브뤼셀 방문 첫날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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