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좌제
연좌제란 정치범 본인을 수용소에 수감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정치범의 가족, 많으면 3대의 가족, 나아가 친척까지 정치범 수용소에 한 번에 수감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연좌제는 1972년 김일성의 “종파분자나 계급의 적은 그 자가 누구인지를 막론하고 그들의 종자를 3대에 걸쳐 완전히 그리고 반드시 제거하여야 한다”는 연설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가족을 모두 ‘반동분자’로 모는 방법으로 잠재적 불만세력을 없애고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중에는 직접적으로 죄를 저지른 ‘장본인’ 이외에 무고한 사람들이 다수를 이룹니다.
‘장본인’은 가족과 같은 수용소에 수감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장본인의 행방을 모른 채 끌려온 나머지 가족들은 자신들이 수용소에 수감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갑자기 끌려와서 평생 자신이 왜 수용소에서 있는지도 모르고 고통 속에 살아야 합니다. 어떤 심문이나 재판도 없습니다. 장본인이 나머지 가족과 수용소에서 함께 살게 된다면 그는 나머지 가족들의 원망을 들으며 살아가고 평생 죄책감속에서 지내게 됩니다.
온가족이 한꺼번에 끌려오기 때문에 수감자 중에는 아이 및 노인이 포함되게 됩니다. 한두 살배기의 어린아이라도, 칠순이 넘은 노인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한편 수용소에는 수감자들끼리 결혼으로 자식이 태어나 애초부터 수용소가 고향인 사람도 있습니다. 완전통제구역에서 출생한 유일한 탈북자인 신동혁에 따르면, 수용소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이 죄인이라는 것을 주입 당하게 되며 사랑, 행복, 신뢰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용소에 있어야 할 운명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 가르치지도 않는다고 하며, 부모에 대한 정을 느끼기도 전에 부모를 적대하는 것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는 6살 때 친구가 밭에서 옥수수를 훔치다 걸려 교사에게 맞아 죽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