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엔 COI 공개청문회를 마치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공개청문회를 마치고..

“그 땅에서 죽은 자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향을 버린 것이 아니라 고향이 우리를 버렸습니다.” 절박함이 서린 탈북 여인의 목소리가 청문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탈북자 지현아(34)씨는 세 차례 탈북 시도마다 중국 공안에게 잡혀 북송당했고 북한 ‘교화소’에 수감되어야 했다. 그녀는 배고픔과 강제노동, 짐승 이하의 취급이 일상인 그 곳에서 온갖 인권 유린의 참상을 경험하였다. 교화소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그는 처절한 네 번째 탈북을 강행, 무사히 남한 땅을 밟았다. 2013년 8월 20일, 지현아씨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공개청문회에 출석하여 상상하기 어려운, 그러나 현실인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절규의 목소리를 더했다.

유엔 COI가 본격적인 조사 활동을 시작하여,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COI의 북한인권에 관한 공개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 유엔인권이사회 본회의에서 COI 설치 결의안이 표결없이 통과된 이후 COI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COI는 올해 11월까지 조사를 진행하며, 내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COI는 선언문인 기존의 북한인권결의안이나 북한인권침해실태를 파악하는 정도에서 그쳤던 유엔인권특별보고관제도와 달리 절차를 강화하여 인권침해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조사한다. COI가 현 북한지도층이 북한주민의 인권을 조직적이고 광범위적으로 심각하게 유린하는 ‘반인도범죄’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할 경우 김정은을 비롯한 현재 북한 지도층을 국제사법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할 수도 있다. 이는 북한에게 심리적 압박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인권개선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후안무치한 북한이라도 국제적 망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COI의 성공적인 조사 활동이 북한의 변화에 중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현재 북한체제가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조금이라도 현상체제유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그 가족까지 피해를 입히는 형벌체계과 사회구조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는 COI에서 참고하는 아홉 가지 인권유린의 범주들, 식량권, 강제구금, 차별권, 표현의 자유 등이 복잡하게 얽혀 북한 주민들의 저항의지를 구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 핵개발 중단과 개혁개방을 외치고 있다. 이는 반드시 필요한 요구이지만 한편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문제는 다르다. 우리가 북한에게 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이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 달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권문제해결의 접근방식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단초라고 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COI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의 측면에서 보면 COI는 한반도 남쪽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 하고 있는 것과 같다. 탈북자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이? ?외치는 북한의 비참한 현실이 국제법적 효력을 가진 증거로서 인정된다면 그 때라도 북한인권을 외면하던 사람들이 입장을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우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북한인권실태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푸른 눈의 신사가 가진 사명감에 북한인권개선의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그러나 훗날 통일이 되었을 때 남쪽 동포들이 북쪽 동포들의 행복에 가졌던 관심이 그 누구보다 깊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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