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 해결 방안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 해결방안
Ⅰ.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에 대한 평가
○ 1998년 아시아인권감시그룹과 미네소타변호사국제인권위원회의 ‘북한의 인권’ 보고서를 필두로 국제사면위원회의 ‘북한인권보고서’, 통일연구원과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의 ‘북한인권백서’,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데이비드 호크의 ‘Hidden Gulag’,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잊혀진 이름들’ 등과 같은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와 논문 등을 통해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연구가 진행되어 왔음. 이러한 노력의 결과 유엔 총회 및 인권위원회, 미국·일본 등의 각종 북한인권법안과 관련 보고서에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주요하게 다루어져 왔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내·외에 정치범수용소의 실태와 문제점 등에 관한 공감대와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확산된 것은 긍정적인 결과라 평가 됨.
○ 지금까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체험자 수기와 증언 등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범위 내에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어 초기의 관심도와는 달리 계속하여 논의가 활성화 되고 있지 못한 실정임. 이는 새로운 증언 및 근거 자료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유발시키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음. 여기에 한국 내 수용소 체험자들의 활동도 개별화되어 있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여겨짐. 특히, 인권침해의 행위자인 북한당국이 완강히 부인 내지는 반발하는 조건에서 현실적인 강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조건에서 당위적인 목소리만을 가지고는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많다고 보여짐. 한편으로는 북한 인권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이나 김정일의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제기가 진행되었으나 실천력을 담보하지 못해 실제 진행여부에 관해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없음.
Ⅱ.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의미와 북한의 반응
1. 북한 정치범수용소가 갖는 의미
○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정치적 반대자 내지는 체제반대세력에 대한 처벌과 숙청을 위해 존재해 왔으며 현재에도 이는 유의미함. 따라서 북한의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정치범수용소는 없어 질 수 없으며, 정치범수용소는 독재정권의 수명과 그 운명을 같이 한다고 보아야만 함.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의 작동 원리가 ‘체제수호’, ‘정권유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임. 결과적으로 정치범수용소의 해체는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가 전면화 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임.
○ 또한 수많은 북한 인권 이슈 중에서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가장 상징적인 이슈이면서도 가장 해결이 쉽지 않고 더딘 과제가 될 수 있음. 또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는 외부 정보의 유입이 확산될수록, 사회일탈현상이 심화될수록 체제와 정권 유지를 위한 수용소의 활용은 극대화 될 것임. 특히 북한 당국으로서는 민감한 정치범수용소 문제제기에 대응하여 은폐 내지는 관리 차원에서 탄압을 강화할 가능성도 염두 해 두어야 함. 따라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은 먼 안목을 가지고 북한 체제의 민주화 내지는 개혁?개방과의 연관성 속에서 고민되어지고 있음.(실제 소련의 굴락(Gulag)도 1956년 스탈린 사후 후루시초프의 개혁?개방정책 과정에서 전면적인 해체가 진행되기 시작했음.)
2. 정치범수용소 문제에 대한 북한의 반응
○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촉구에 대해 일부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음. 북한은 국제인권조약의 가입국으로 국제인권 A규약과 국제인권 B규약의 최초보고서와 2차 정기보고서를 제출하였으며, 아동권리협약의 최초보고서를 제출하여 심사를 받았음. 또한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 형사 관련 법제를 정비하였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들과 간헐적으로 외부의 인권활동가들의 북한 방문을 수용하기도 하였음. 실제 북한 당국은 인권 탄압의 현실은 은폐한 채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압박에 대해 외교적 제스처로 인권문제를 덮어 보려는 이중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음.
○ 특히,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는 일체의 시인과 인정함이 없이 부인과 강력한 반발로 일관하고 있음. 이는 정권의 생존을 위해 유지할 수밖에 없는 정치범수용소의 불가피성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른 인권개선 압박조치에 대한 회피를 위함이라 여겨짐.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짐. 그리고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증거제시와 사찰 압력에 대응하여 이미 알려졌거나 외부노출이 우려되는 정치범수용소에 대하여서는 은폐 내지는 철저히 통제하여 관리하는 조치들을 계속할 것이라 여겨짐.
Ⅲ.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을 위한 제언
1. 국제사회와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호소에 주력하여야
○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북한 당국 스스로에 의한 개선 여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북한 당국의 성의있는 자세와 진전된 변화의 노력을 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요구됨. 지속적인 유엔 총회 및 인권위원회 차원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활동의 강화 등과 같은 일련의 과정에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일관되면서도 비중있게 지적되도록 노력하여야 함. 특히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당국에게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접근과 사찰을 강하게 요구하도록 하여야 하며, 이를 북한 인권의 개선 여부에 대한 중요한 지표로 삼도록 견인해 내야 함.
○ 더불어 북한 인권 문제가 북한 당국 스스로에 의해 개선의 여지를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성의있는 자세와 진전된 변화의 노력을 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북한 당국과의 인권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함. 북한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EU차원의 인권대화를 통해, 6자회담의 북미 국교정상화와 북일 수교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협상 과정에서도 북한 인권 일반과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여야 함.
2. 국내외 NGO의 긴밀한 연대 강화
○ 정치범수용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국내 NGO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활동정도가 미약하며, 활동내용도 국내 중심의 제한적인 수준이라 보여짐. 따라서 영세한 국내 NGO가 영향력 있는 국제 NGO와의 협력체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유엔 내 설치되어 있는 ?NGO 인권위원회?를 통해 협의자격을 획득한 국제사면위원회, 국제인권연맹, 아시아워치, 국제인권협회 등의 단체들에 대한 이념적 성향과 활동의 특성 등을 파악하여 이들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 나아가야 함. 이들과의 교류?협력 강화는 정치범수용소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화를 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 이들 단체의 대부분이 국제적인 공신력이 높으며, 과거에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보고서를 냈거나 현재에도 그 관심을 지속하고 있는 단체가 대부분이어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됨.
○ 국제 NGO와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내 NGO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보여짐. 국제 인권 NGO와의 교류?협력의 핵심은 정보교류에 있기 때문에 최근의 정치범수용소 동향 파악, 최근 체험자 발굴과 증언 확보 등의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우선하여야 함. 특히 최근 체험자들의 증언은 국내 NGO들이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여겨짐. 더불어 정치범수용소 체험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짐. 체험자들의 개별적인 또는 분산적인 활동 형태를 넘어 집중화를 통한 통일적인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제기됨.
3.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을 좀 더 다양화해야: NGO의 역할을 중심으로
○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은 국내?외적인 여론 형성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임. 이를 위해서는 국내 NGO들이 공신성 있는 국제적인 NGO와 함께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전면화 할 수 있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 및 캠페인’ 을 공동 개최하는 것이 필요함. 가능하다면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을 순회하면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도록 하여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음. 이러한 노력은 개별화 되어 있는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을 활성화 하는데 기여 할 것이며, 국내·외 ‘반정치범수용소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줄 것임.
○ 김정일을 정치범수용소 인권탄압의 반인륜 범죄혐의로 국제 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은 제소 가능 여부를 떠나서 국제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음.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 인권탄압은 로마 규정의 제7조 ‘반인도적인 범죄’ 조항과 유엔 헌장 제7장 ‘평화에 대한 위협’ 조항에 근거해 처벌이 가능하며 2002년 7월 이후 수감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소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음. 또한 최근에는 미국 내 국내법에 근거해 법적 제재를 가 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음.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고문 등 피해를 받은 사람이 미국에 가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음. 가해자가 미국에 없어도 가해자의 자산이 있으면 궐석 재판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 국내법에 따른 법적인 대응도 적극 검토될 수 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음.
○ 국내?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체험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대중매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음. 지금까지는 체험자들의 수기(강철환의 ‘평양의 어항’)가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홍보하는 유력한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연극, 영화 등과 같은 대중 문화작품을 통한 접근은 파급력 면이나, 대중적 관심도 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대두되고 있음. 단적인 예로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성공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 할 수 있음. 만약 미국과 한국이 합작하여 만들겠다는 ‘북한의 아우슈비츠’(원제, 평양의 어항)와 같은 영화가 성공한다면 정치범수용소 문제의 국제화와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의 여건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임.
Ⅳ. 정리하며
○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단기간에 그 문제해결이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원칙적이면서도 일관된 입장으로 수용소 완전 해체를 요구하는 자세와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여짐. 특히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통한 해명 요구, 무응답에 대한 압박 전략, 반발에 대한 상응 조치 등과 같은 전방위 전략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함. 북한의 반응과 수용 여부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함이 없이 국제사회와 한국정부, 시민단체들의 수용소 해체에 대한 단호한 목소리를 지속화하는 것이 요구됨.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만이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는 첩경임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함.
○ 반면에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은 현실성 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들 또한 강구되어져야 함. 북한 체제의 특성상 당장은 국제 사회의 정치범수용소 해체 요구에 응하지 않겠지만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나름의 대응에 나서는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함.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각 인권개선주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부분적인 개선 내지는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보여짐. 따라서 따라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북한인권 전반의 문제와의 긴밀하게 연계하여 북한 당국의 수용가능성이 높은 현실적인 접근 방안들을 중심으로 탄력적인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음.
○ 국내에는 정치범수용소 출신자가 20여 명 존재하고 있으나, 개인적 또는 북한 내의 가족 노출의 위험 때문에 현재는 10여 명만 신분을 공개하고 증언 및 활동에 나서고 있는 형편임. 그러나 이도 조직화 되어 결속력 있게 활동하고 있지 못하고 개별화 되어 있는 측면이 강하며, 활동영역도 제한적이라 초기 문제제기 때의 신선함을 이어주는 왕성한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사려 됨. 따라서 체험자들을 규합하여 통일된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은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라 여겨짐.